오늘도 나눔은 계속됩니다. 신동진 점주님과의 만남

매거진 2025.10.14 #PEOPLE #기부 #나눔



서울 용문시장 앞 분주한 하루가 시작되는 골목 한 켠.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일지 몰라도, CU용문시장점 신동진 점주님에게는 이웃을 먼저 떠올리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재고를 정리하며 생활용품과 식품을 상자에 담는 일은 이제 그의 일상이 되었죠. 기부를 통해 하루하루 진심으로 채워가는 점주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고 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에요. 편의점을 운영한 지 벌써 6년째네요. 손님을 응대하고 발주 관리를 하다 보면 바쁜 날도 많지만, 제 마음 한편에는 늘 이웃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편의점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동네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처럼 느껴지네요. (웃음) 손님들이 들를 때마다 잠시 안부를 묻고, 서로 웃는 그 순간들이 저에게는 참 소중해요. 아마 그런 일상이 제 하루를 계속 이어가게 하는 힘 아닐까요? (웃음)

 


 

우연이 만든 시작

기부를 시작한 건 정말 우연이었어요. 다른 브랜드 편의점을 5년 정도 하다가, 작년부터 CU로 새 출발을 했거든요. CU용문시장점을 열면서 이전 매장 물품들을 정리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물건이 많이 남았더라고요. 그걸 모두 폐기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양주와 담배를 빼고, 대부분의 상품을 용문동 주민센터에 기부하기로 했어요. 같은 곳에서 오랜 시간 일해 온 만큼, 물건들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기부 활동으로 받은 용산구청장 표창장

 

그 일을 계기로 용산구청장 표창장도 받았죠. 처음엔 쑥스럽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상은나눔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웃음) 표창장 덕분에 이런 방식으로도 나눔을 이어갈 수 있구나깨닫게 되었죠. 그때부터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기부를 이어오게 됐습니다. 처음엔 거창한 뜻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팔 수 없거나 팔리지 않는 물건을 필요한 분들에게 기부하자라는 단순한 생각이었죠. 연말이면 세액공제도 있고, 세금으로 낼 돈을 이렇게 나누는 것도 좋겠다 싶었고요.


사실 예전에도 종종 매장에 남은 상품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보내곤 했어요. 1년에 한두 번, 특별한 이유 없이그냥 보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했던 일들이죠. 지금처럼 계획적으로, 꾸준히 기부하게 된 건 CU로 브랜드를 바꾸고 난 뒤부터 지만 돌이켜보면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웃음)




내 방식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기부는 꼭 큰돈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로 행사 상품을 조금 더 발주해두고, 그중 일부를 필요한 곳에 보내고 있거든요. 1+1 2+1 행사 때 여유 있게 주문한 물건들을 모아두었다가, 적당한 때에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하죠. 편의점은 매일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니까,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고요. 유통기한이 충분하고, 상태가 좋은 상품들을 골라 마음을 전하는 것, 그게 제가 실천하는 나눔의 방식이에요. 사실 조금만 마음을 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웃음)




물건이 쌓이면 마음이 움직입니다

기부 물품에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술과 담배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이 대상이에요. 저는 가능하면당장 쓸 수 있는 물건’, ‘먹을 수 있는 물건을 고르려 해요.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이건 누구에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때로는 행사 상품 중 남은 물품을 모아 필요한 곳에 전달하기도 하죠. 금액으로 보면 큰 기부는 아니지만, 작은 정성이 모이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전에는 삼양라면 12박스를 용문동 주민센터에 보냈어요. 이제 날이 조금씩 쌀쌀해지는데 따뜻한 라면이 생각나잖아요. 주기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물건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이제는 보낼 때가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매달 한 번 이상은 꼭 나눔을 실천하고 있고, 작게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제 목표입니다.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마음

기부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웃음) 처음엔 세금 공제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죠. “요즘 안 했네?” 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있어요. 그럼 또 물건을 모으고, 상자를 채우죠.



신동진 점주님의 나눔이 전해지는 용문시장 상인회

 

물품은 주로 용문시장 상인회나 주민센터, 복지관 등 주변 단체를 통해 전달하고 있어요. 젤리나 과자, 라면 같은 일상적인 먹거리나 생활용품을 조금씩 모아 두었다가 적당히 쌓이면 보내죠. 어디로 전해질지는 매번 조금씩 다르지만, 상인회를 통해서는 다문화가정에 전달된다고 들었습니다. 가끔 시장을 지나가다 그분들을 보면, 그 일상 어딘가에 내가 보낸 물건이 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면 마음이 괜히 따뜻해지고, 그 마음이 다시 저를 움직이게 만들죠. (웃음)



() 일상이 오가는 용산 용문시장 거리 (아래) CU용문시장점

 

따뜻한 편의점이 되고 싶어요

저는 우리 매장이 따뜻한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편하게 오고 갈 수 있고, 나눔의 마음이 스며 있는 곳 말이죠.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웃음) 내가 가진 걸 조금 나누면 누군가의 하루는 편해지거든요.

 

특별히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습니다. 편의점 문을 열 때마다 떠올려요. ‘오늘은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그 마음이 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되니까요.

 

 분주한 하루 속에서도 주변을 살피는 마음이 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시장 골목에서 묵묵히 이어가는 그 마음이 오늘도 이웃의 하루를 조금 더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동진 점주님(CU용문시장점)

. 임현희

편집. 김도희

사진. 김홍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