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지킨 용기, CU옥정노블랜드점 박희진 점주님의 그날의 순간

매거진 2026.03.20 #PEOPLE #CU옥점노블랜드점 #명예소방관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예상치 못한 순간은 찾아옵니다. 편의점 앞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 하나. 순식간에 번진 불길 앞에서 박희진 점주님은 곧바로 소화기를 들었는데요. 망설임보다 행동이 먼저였던 순간, 그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봅니다.

 

 

 

 

지난 1 8일 편의점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상황이었나요?

박희진 점주님 남편이랑 교대 근무 중이라 그때는 혼자 매장에 있었어요. 오후 1시쯤이었는데, 갑자기 중학생 한 명이 뛰어 들어오더니불이 났어요!” 하고 외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밖으로 나가봤는데편의점 앞에 쌓아둔 박스에서 불이 이미 크게 번지고 있었죠. 그때는 솔직히 무섭다 이런 생각도 안 들고, “이거 빨리 꺼야겠다이 생각밖에 안 났어요. 그래서 바로 소화기 들고 뛰어나갔습니다.

 

김남일 점주님 아내와 교대하고 집에 가서 쉬고 있었죠. 그러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불이 났다라는 얘기를 듣고 그때 상황을 알게 됐습니다.


 

시야에 잘 보이는 위치로 옮겨 관리하고 있는 폐지

 

그때 불이 번지던 상황이 어땠는지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처음 진압하실 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김남일 점주님 알고 보니 폐지를 수거해 가실 수 있게 따로 모아둔 편의점 앞에 둔 박스에서 시작됐더라고요. CCTV를 확인해 보니, 매장에서 담배를 구매하신 손님이 밖에서 흡연하신 뒤 남은 불씨가 옮겨 은 것으로 보였죠. 특히 그날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작은 불씨였는데도 빠르게 번지면서 화재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박희진 점주님 처음에는 금방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날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불이 순식간에 확 번지더라고요. 소화기 하나로 먼저 진압해 보려고 했는데 쉽게 안 잡혀서 바로 하나 더 가져왔고요. 마침, 옆 학원에서도 소화기를 가져다셔서 총 세 개로 계속 진압을 시도했습니다. 한 번에 완전히 꺼지지는 않아서 바로 신고했고, 그 상태에서 다시 진압을 이어갔어요. 119가 도착했을 때는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상태였어요.



 

불을 다 끄고 나서야 상황이 보였을 것 같은데요. 그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남편분께서도 소식을 들었을 때 놀라셨겠어요.

박희진 점주님 당시에는 솔직히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당황스럽기도 했고, 그냥 빨리 꺼야겠다그 생각뿐이었죠. 불을 끄고 나서야 주변이 보이더라고요. 연기가 20~30미터까지 올라가 있었어요. 그제야 실감 났죠. “조금만 늦었어도 상가 전체로 번질 수 있었겠다싶었고요. 무섭다기보다는 , 다행이다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김남일 점주님 사실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어요. 아내가 워낙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해서요. 저보다 더 강하거든요. 하하. 나중에 상황을 자세히 들어보니까 바람 때문에 불씨가 상가로 번질 뻔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진짜 큰일 날 뻔했구나싶으면서도, 아내가 잘 막아줘서 너무 고맙고 대견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맛있는 거 사주면서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줬죠. (웃음)

 

 

박희진 점주님은 그 상황에서 바로 소화기를 사용하셨잖아요. 평소에 사용해 보신 적이 있으셨나요?

박희진 점주님 아니요,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었어요. 정확히 알고 있었다기보다는핀을 빼고 분사한다.”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수준이었어요. (웃음) 그런데 그때는 고민할 여유가 없더라고요. 보이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바로 핀을 뽑고 분사했죠. 예전에 파티셰로 일하면서 불을 다뤄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막연히 무섭다기보다일단 꺼야 한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 자리에 김남일 점주님이 계셨다면, 어떻게 대응하셨을 것 같으세요?

김남일 점주님 저는 군대에서 소화기를 배운 적도 있고, 실제로 써본 경험도 있어서 막상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름 잘했을 것 같긴 합니다. (웃음) 그런데 나중에 상황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더라고요. 바람까지 불어서 불씨가 상가로 번질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였어도 당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한 아내가 정말 대단하고 고맙게 느껴졌죠.



 

이번 일로 박희진 점주님께서 양주소방서로부터 유공 표창까지 받으셨는데요. 소식을 처음 들으셨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박희진 점주님 저는 정말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많이 놀랐습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 그날 상황이 바로 떠올랐어요. 바람이 세게 불어서 연기와 먼지가 옷에 다 묻고, 정신없이 불을 끄던 순간들이요. 그래서 얼떨떨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늘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시는 소방관분들이 더 먼저 떠올랐죠.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히려 더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뉴스와 기사로 이야기가 알려진 이후, 주변 분들이나 고객분들의 반응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으셨을까요?

박희진 점주님 그날 바람이 워낙 강해서 연기가 크게 올라갔거든요. 그래서 주변에서는 큰 화재가 난 줄 알고 많이 놀라셨다고 하더라고요. 이후에 주민분들이나 상가 분들께서 찾아오셔서빠르게 대응해 줘서 정말 다행이다”, “고맙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요. 그제야 조금 실감이 나기도 했어요.

 

김남일 점주님 저는 현장에 없었지만, 이후에 주변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황이 얼마나 컸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편의점을 운영하는 일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역할만은 아니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됐고요. 아내가 그 상황에서 매장을 지켜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칭찬받는 것보다도, 책임을 다했다는 점에서 더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시면서 느낀 점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비슷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는 다른 점주님들이나 고객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김남일 점주님 편의점 앞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바람이 강하거나 건조한 날에는 더 위험하기 때문에, 담배 불씨를 완전히 끄는 습관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고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저희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육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박희진 점주님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소화기를갖고 있는 것보다바로 쓸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해 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었어요. 막상 상황이 닥치면 위치를 찾거나 사용법을 떠올릴 시간도 없잖아요. 평소에 위치와 상태를 꼭 점검해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불이 날 수 있는 환경을 미리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적재물 위치나 흡연 공간도 같이 점검해 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한 번씩만 챙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박희진·김남일 점주님(CU 옥정노블랜드점)

글·편집. 김도희

사진. 김홍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