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대신 소용량, 큰 장보기 대신 가벼운 장보기를 택하는 Z세대가 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 세대는 편의점을 새로운 장보기 채널로 선택했습니다. Z세대가 만든 새로운 장보기 공식을 들여다봅니다.

![1787565132732707_[BGF Live] CU REPORT_내지_01_0819.png](/assets/upload/image/editor/20260824185212754722937.png)
욜로는 갔다, 요노의 시대
"아끼는 건 맞는데, 무조건 아끼는 건 아니에요." Z세대의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지출을 줄이되, 실패 없는 선택을 우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요. 알바천국이 Z세대 5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비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저렴한 가격'을 꼽은 응답이 76%에 달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목받는 키워드가 바로 '요노(YONO, You Only Need One)'입니다.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지갑을 열던 '욜로(YOLO)' 세대가 저물고, 이제는 꼭 필요한 것만 골라 사는 소비 방식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Z세대 10명 중 7명(72%)이 요노를 지향한다고 답했죠. 1년 전 조사에서 절약 소비와 행복 우선 소비가 57대 43으로 팽팽했던 것과 비교하면, 트렌드가 빠르게 기울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많이 사서 남기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인식이 Z세대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34%, Z세대가 편의점을 고른 이유
요노 트렌드가 자리를 잡으면서 Z세대의 장보기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대용량을 한꺼번에 사서 남기는 대신, 필요한 만큼만 가볍게 사는 쪽을 택한 것인데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최근 6개월 내 식품·음료 구매처를 조사한 결과, Z세대는 편의점(34%)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는 대형마트(40%)가 1위, 편의점은 22%로 4위에 그쳤는데요. Z세대만 따로 보면 편의점이 전체 평균보다 무려 12%p 높은 34%로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같은 질문에 세대별로 이렇게 다른 답이 나온 셈이죠.
Z세대가 편의점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소용량·소포장 상품이 많아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고, 집 근처에서 즉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요노 소비 방식과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인데요.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36%에 달하는 상황에서, 굳이 대형마트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편의점은 Z세대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가 됐습니다. '급할 때만 들르는 곳'에서, 이제는 Z세대가 가장 먼저 찾는 곳으로 편의점의 위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젠지 취향 저격한 편의점 라인업
Z세대가 편의점을 고른 진짜 이유는 거리가 아니라 '라인업'에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사고 싶은 소비자에게 딱 맞는 상품이 갖춰져 있다는 것인데요. 대형마트 양념육이 3~4인 기준 800g 단위로 2만 원 안팎에 팔리는 사이, 편의점은 200g 안팎 한 끼 분량을 4천 원대에 내놨습니다. 사과 역시 마트에서는 4~6입 상품이 1만 원 선이지만, 편의점에서는 낱개 세척 사과를 2천 원에 살 수 있죠. 무게당 단가는 높아도 한 번에 나가는 돈과 버리게 될 양까지 따지면 1~2인 가구에겐 오히려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먹거리만이 아닌데요. 요즘 Z세대는 편의점에서 화장품까지 삽니다. CU 화장품 매출은 2023년 28%, 2024년 17%, 2025년 21%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했고, 이 중 약 70%가 1020세대에서 나왔습니다. 특히 휴대성과 소장 가치를 앞세운 미니 화장품 수요가 늘면서 올해(26년 1~7월) 색조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212% 급증했고, 전국 뷰티 특화점 매출도 302% 뛰었죠. 스킨·로션부터 세럼, 립틴트, 마스크팩, 트러블 패치까지 최대 300여 종을 갖춘 매장까지 등장하며 화장품 전문점 못지않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편의점은 Z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읽고 매대를 채워가는 중입니다. 한 끼 분량 신선식품부터 미니 사이즈 화장품까지, 취향과 소비 방식에 맞춘 찰떡 큐레이션이 젠지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습니다.
숫자로 확인된 젠지의 선택
Z세대의 장보기 습관은 이제 숫자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CU 식재료 매출 신장률은 2023년 24.2%, 2024년 18.3%, 2025년 18.7%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는데요. 매출을 끌어올린 주역은 다름 아닌 젊은 층이었습니다. BGF리테일 식재료 매출을 연령별로 나눠 보면 20·30세대가 64%를 차지했고, 40대는 20%, 50대 이상은 11%에 그쳤죠.
이런 반응에 맞춰 CU도 상품을 새로 짰습니다. 20대를 중심으로 소용량·소포장 신선식품 수요가 높다는 점을 반영해 중량은 13.3% 늘리고 가격은 기존 대비 20% 낮춘 컵과일을 새로 내놨고, 샐러드용으로 인기 있는 유럽종 상추 카이피라부터 고수, 루꼴라 같은 이색 허브까지 채소 라인업을 넓혀가고 있는데요. 여기에 산지 직접 검수와 자동화 설비 협업으로 생산성은 30% 높이고 원가는 10% 낮추며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습니다. 컵과일 하나, 상추 한 봉지. 이제 편의점은 Z세대의 하루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습니다.
Z세대 장바구니 필수템
Z세대가 편의점에서 실제로 뭘 담아 가는지 들여다보면 취향이 확실히 보입니다. 1020세대 신선식품 매출을 집계한 결과, 1위는 스미후루 반값 바나나, 2위는 제니코 치즈파티모짜렐라, 3위는 득템 계란 15입이 차지했는데요. 화려한 신상품이 아니라 매일 쓰는 기본 식재료가 상위권을 채웠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 세 상품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 소용량, 마트보다 부담 없는 가격, 그리고 집 앞에서 바로 살 수 있는 접근성입니다. 특히 초저가 PB '득템 시리즈'는 기존 브랜드 제품 대비 최소 44%에서 최대 74%까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고, 계란 득템은 개당 327원이라는 가격으로 생란 카테고리에서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5.6배 이상 많이 팔렸습니다.
굳이 마트까지 갈 이유가 사라진 셈이죠. 필요한 만큼, 부담 없는 가격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Z세대의 장바구니는 이미 편의점에서 채워지고 있습니다.
잘파를 잡는 건 결국 잘파
잘파 고객을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같은 세대입니다. BGF리테일은 Z세대로 구성된 판매혁신TF를 출범시켰는데요. 점포 매출 전략을 세우는 5년차 이하 스토어컨설턴트(SC) 중에서 선발했고, 구성원 모두 1996년생부터 2004년생까지 잘파세대에 속합니다. 이들이 운영하는 'YOUNG UP!(영 업)' 프로그램은 아이디어를 곧바로 현장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굴러갑니다. 숏츠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점포에 비치하며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게 대표적인데요. 젊은 세대가 많은 빌라촌이나 학교 주변 점포에는 태블릿PC를 설치해 온라인 스탬프 행사와 간편식 구독 서비스를 알리고, SNS 채팅방을 열어 점포 프로모션을 공유하거나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도 합니다. 치킨 조리 시간이나 간편식 입고 시간까지 알람으로 챙겨주는 식이죠. BGF리테일 관계자는 잘파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모바일과 SNS로 접근하고 있으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도 이를 적극 활용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바구니 하나가 모여 새로운 소비 문화가 되는 시대, CU가 그 곁을 함께 걷겠습니다. Z세대가 만드는 편의점, 앞으로 얼마나 더 힙해질까요?
글. 홍미랑
편집. 김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