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시작된 작은 연결, 제주 지역의 마음을 살피는 안전망이 되다

매거진 2026.09.03


제주 곳곳의 CU가 지역 주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마음을 살피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CU와 제주시가 함께한 ‘온(ON)동네편안’은 편의점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복지와 정신건강을 연결합니다. 작은 관심과 연결이 어떻게 동네의 편안함으로 이어졌는지, 그 이야기를 만나봤습니다.


 

제주의 일상에 켜진 새로운 ON

제주에서는 편의점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누군가의 일상을 살피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시와 CU가 함께한 ‘온(ON)동네편안’ 프로젝트는 생활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을 활용해 은둔·고립 청년의 일상 회복을 돕고, 지역 주민에게 복지와 정신건강 정보를 연결하는 사업입니다.

‘온(ON)동네편안’이라는 이름에도 이런 고민이 담겼습니다. ‘온’에는 제주 온 동네를 아우른다는 의미와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편의점의 특성을 함께 담았습니다. 여기에 ‘동네’와 ‘편안’을 더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동네의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가겠다는 마음을 담았죠.

이번 프로젝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발견하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특히 사회적 고립이나 은둔을 경험하는 청년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행정기관이나 복지기관을 직접 찾아가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제주시청 통합돌봄과는 지역 곳곳에 자리한 편의점이라는 생활밀착형 공간에 주목했습니다.


좌미혜 팀장 편의점은 누구나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복지의 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익숙했던 동네의 공간에 ‘돌봄’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켜지기 시작한 것이죠.


 

제주 온(ON) 동네편안 카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 변화

편의점을 사업의 공간으로 선택한 데에는 구체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제주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은둔 청년들이 외출할 때 주로 이용하는 공간 가운데 하나가 편의점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목적이나 긴 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곳. 편의점은 외부활동의 문턱을 낮춰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제주시는 이 점에 착안해 편의점에 가는 것 자체를 일상 회복의 작은 계기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에게는 월 5만 원 상당의 CU 카드가 지원됐습니다. 식사나 간식, 생필품 등 필요한 물품을 직접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중요한 것은 지원금의 액수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자연스럽게 직접 움직이는 경험이었습니다. 청년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필요한 것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대신, “밖으로 나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 그 시작점에 가까운 편의점이 있었습니다. 


제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이은경 부센터장


작은 외출이 만든 변화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실제로 CU카드 사용은 예상보다 적극적이었습니다. 제주시청에 따르면 사업 초기에는 은둔·고립 청년의 특성상 바우처 사용이 저조할 가능성도 염려했지만, 실제 사용률은 약 80%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 번에 지원금을 모두 사용하는 대신, 정기적으로 CU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면서 주 1회 이상 외출하는 일상적인 소비 활동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이은경 부센터장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을 약 2개월 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청년들의 외부활동이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자살 시도 경험과 우울감, 공황 증상 등으로 경제활동과 외부활동이 크게 위축됐던 한 청년은 사업에 참여한 이후 거주지 인근 CU를 직접 방문하는 횟수가 점차 늘었습니다. 작은 외출이었지만, 고립된 생활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첫걸음이 됐습니다. 또 다른 청년은 주로 집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CU 카드를 이용하기 위해 외출하면서 활동 반경이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이후 도서관청년다락 등 지역사회 공간을 이용하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CU 카드 지원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청년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지역사회에 다시 참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의 목적지는 편의점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다음 목적지가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동네를 살피는 또 하나의 방법

‘온(ON)동네편안’은 고립 청년 지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번 사업에서는 지역 주민 누구나 복지 위기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복지 위기 알림 앱연결되는 QR도 함께 활용했습니다.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이웃에 대해서도 간편하게 알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직접 기관을 찾아가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네에서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제주시청 통합돌봄과는 CU와 같은 생활밀착형 공간에서 복지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복지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CU를 통한 직접적인 위기가구 발굴 사례는 없으나, 일상에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한 번 더 살피고 위기상황 발생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는 등 주민 누구나 복지에 쉽게 접근하고 위기가구 발굴에 참여할 수 있는 일상 속 복지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작은 QR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의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되는 셈입니다.


제주시 통합돌봄과 좌미혜 팀장


한 번의 지원에서, 지속되는 안전망으로

이번 프로젝트는 제주시와 제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그리고 CU가 각자의 역할을 이어 붙이며 만들어졌습니다.

제주시는 지역의 복지사각지대를 살피고 사업의 방향을 기획하고, 제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실제 대상자를 발굴하고 상담과 사례관리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CU는 청년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함께했습니다.

 

좌미혜 팀장 이번 민관 협업을 통해 더욱 촘촘한 생활밀착형 복지안전망으로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살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편의점이라는 익숙한 공간이 지역 주민의 일상과 복지서비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온(ON)동네편안’은 올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을 예정입니다. 제주시는 앞으로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고독·고립 예방을 위한 홍보물품을 제주시 내 CU 전 점포에 배치하고, 시범사업의 운영 과정을 점검하여 현장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보다 원활한 협력체계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는 고립 청년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지원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결국 목표는 하나입니다. 한 번의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일상 가까이에서 발견되고 필요한 서비스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편의점이 지역사회의 든든한 접점으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제주 온(ON)동네편안 제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인터뷰 영상


오늘도 불이 켜져 있는 곳

편의점은 늘 불을 밝히며, 일상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누군가는 간단한 식사를 위해 들르고, 누군가는 생필품을 사기 위해 찾습니다. 또 누군가는 집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오랜만일 수도 있습니다.

‘온(ON)동네편안’은 바로 그 평범한 일상 속 접점에서 시작했습니다. CU를 찾는 청년에게는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작은 계기가 되고, 매장을 이용하는 주민에게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지역사회에는 필요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촘촘한 안전망이 되는 것. 제주시와 제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그리고 CU가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입니다. 

온 동네가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안전하고,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도록. 오늘도 제주 곳곳의 CU에는 불이 켜져 있습니다.

 

 

인터뷰. 좌미혜 팀장(제주시청 통합돌봄과), 이은경 부센터장(제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글편〮집. 이종휘 책임(BGF리테일 홍보팀)

영상사〮진. 김길우 책임(BGF리테일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