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인증하는 제과명장은 전국에 단 16명. 그 중 10번째로 명장이 된 송영광 셰프는 최연소 제과기능장의 기록을 세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젊은 나이에 기능장과 명장의 타이틀을 획득한 그는 여전히 신선한 감각으로 한국의 베이커리 트렌드를 기민하게 읽어 대중적이면서도 건강한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더 좋은 베이커리에 대한 명장의 진심을 이제, 편의점 CU에서도 만납니다.

오전부터 갓 구운 빵의 냄새가 가득한 일산의 대형 베이커리 ‘명장텐’. 근처 주민들 사이에서 이곳 빵집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맛집’입니다. ‘대한민국 명장’을 상징하는 태극기 마크가 선명한 셰프복과 모자를 쓴 송영광 명장이 갓 구운 빵을 들고 진열대로 나오자 고객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넵니다. 그중 한 손님이 그에게 조심스레 묻습니다. “저, 여기 스콘을 너무 좋아하는데 이제 스콘은 안 만드시나요?” 명장텐에는 150여 종의 다양한 빵이 있고 스콘은 다른 빵집에서도 흔하게 구할 수 있지만, 손님은 여기 스콘이 그 어디보다 클래식하고 맛있다며 ‘인생스콘’을 다시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입니다.

기억에 깊이 남는, 그런 빵 맛을 매일 내 집 앞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어렵다는 대한민국 제과명장이 된 송영광 셰프가 편의점 CU와 만나 2월 1일 ‘몽블랑 데니쉬’와 ‘마늘크림브레드’, 7일 ‘연유크림브레드’를 속속 출시합니다. 세 가지 빵 모두 명장텐의 베스트셀러인데요. 송영광 제과명장의 ‘작품’을 전국 어디서나 쉽게, 명장텐에서의 맛 그대로 만날 수 있도록 명장과 BGF리테일 스낵식품팀이 무려 10달 넘게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송영광 명장에게서 직접 듣는 CU의 명장 빵 탄생기, 지금 시작합니다.
10대의 나이로 1988년 제과업계에 입문하셔서 올해로 35년째 제과제빵 일을 하고 계세요. 처음 일을 시작한 때가 궁금한데요.
제 고향이 전북 순창이에요. 어릴 적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어요. 17살에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돈 벌러 서울로 올라왔죠. 오갈 데가 없으니 숙식이 제공되는 데서 일을 하려고 ‘파리제과’라는 곳에 들어갔어요. 판매부터 시작했는데, 저를 좋게 보신 셰프님이 “빵도 잘 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배워볼 생각이 있나?” 물으시더라고요. 무조건 하겠다고 했죠.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저녁 6시까지 빵을 만들었어요. 쪽잠을 자면서도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는 매장에서 접객을 같이 했고요. 그런데도 힘든 걸 몰랐죠. 그냥 배가 고프지 않으니까 그거 하나만으로도 행복했어요.
2002년에 제과기능장이 되셨을 때에도 국내 최연소였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전국에 1천여 명 이상의 제과기능장이 있어요. 제가 그중 50번째로 기능장을 땄는데요. (웃음) 당시 만 30세였어요. 굉장히 어린 나이에 취득한 편이었죠. 제과 일을 처음 배울 때 스승님께서 언젠가 제과기능장 자격증이 생길 텐데, 그게 있으면 어딜 가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거든요. 당시에 저랑 같이 제과기능장이 된 분들이 거의 40대였어요. 한창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독일전이 있던 날 합격 통보를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가끔 떠올라요. 우리 대표팀은 선전 끝에 4강에서 석패했는데 꿈에 바라던 기능장이 돼 기쁘기도 한, 아이러니했던 그날의 기분이요. (웃음)

유명 제과점에서 일하면서 기술을 배우셨고, 제과기능장이 됐는데도 뒤늦게 프랑스로 유학을 가셨다고요.
주변에서 다 말렸어요. 기능장을 취득하고 유명 제과점에서 인정받으면서 돈도 잘 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베이커리의 본고장이 프랑스잖아요. 본고장도 모르면서 빵을 잘 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어요. 바게트, 캄파뉴, 크루아상…. 만들 줄은 알지만 그 문화까지는 잘 모르잖아요. 고객들에게 제 상품을 제대로 설명해주고 자신 있게 팔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면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내가 가진 걸 다 투자해서라도 무조건 간다’ 했죠.
공부해 보니 어땠어요?
아, 많이 울었어요. (웃음) 이래서 선배들이 말렸구나. 처음에는 프랑스 리옹에 있는 어학원에서 계속 언어를 배웠고 이후 파리에서 공부했어요. 프랑스 국립제과제빵학교(INBP) 시험에서 한 번 떨어졌는데, 그러니까 더 필사적으로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프랑스 국립제과제빵학교가 후앙이라는 곳에 있어요. 너무 들어가고 싶던 나머지 후앙으로 가서 어학원을 다녔고 그 다음해에 붙었죠.

그러고 보니 명장텐 이전에 운영하셨던 빵집 이름이 ‘후앙’이었죠. 이후 2019년 명장텐을 여셨는데요. 오픈하자마자 팬데믹 쇼크에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달마다 적자가 수천만 원씩 났으니까요. 하지만 빵 만드는 사람이 위기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어요. 오로지 상품 개발뿐이죠. 그렇게 소금빵에 매달리게 됐어요. ‘후앙’을 운영할 때 만들던 소금빵은 좀 딱딱했는데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좀더 부드럽게 만들어보려 했죠. 프랑스에 ‘뺑오레’라는 빵이 있는데, 우유가 들어가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그 레시피를 살려서 소금빵에 뺑오레를 접목시켰더니 훨씬 소프트하고 먹기 좋은 소금빵이 만들어졌습니다. 시험 삼아 동네 지인들께 가져다 드렸는데 다들 극찬하시더라고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매일 200~300개씩 팔렸고, 지금은 하루에 1,300개 이상 팔립니다.
명장텐은 대형 베이커리인데 가격대도 높지 않아요. 구매금액의 50%를 쿠폰으로 되돌려주는 이벤트도 경영인 입장에서는 어려운 결정 같아요.
경영자 입장으로서는 소위 수익이 안 나오면 고민이 되기도 해요. 그렇지만 원칙이 있어요. 수익을 줄이더라도 좋은 재료를 썼을 때 맛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가격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죠. 그럴 땐 ‘경영자 송영광’이 아니고 ‘빵 만드는 사람 송영광’으로서 결정을 내려요.
코로나19로 힘들 때 동네 분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이렇게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조언도 해 주시고, “제가 이 빵집 맛있다고 소문 내고 다녀요. 힘내세요!” 격려도 해 주시고요. 그때 느낀 게 많아요. ‘내가 조금 덜 가져가고 더 많이 드리자. 그래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했지요. 그때 받은 마음을 더 좋은 베이커리로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이번에 CU에서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그때 받은 마음을 확산한다는 의미 같아요. 어떤 상품이 출시되는지 소개해주세요.
첫 주자가 ‘명장 몽블랑 데니쉬’, 그 다음 주자는 ‘명장 마늘크림 브레드’입니다. 1년 전 처음 BGF리테일에서 협업 제안을 받았는데요. 작년 10월부터 협업 내용을 좀더 구체화하고, CU의 R&D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명장텐의 베이커리 중에서도 어떤 빵이 CU에서 선보이기에 적합할지 무수하게 아이템 회의를 했습니다.
한결 같은 맛을 유지하고자 명장텐 체인점도 만들지 않으시잖아요. 맛에 대한 고집이 강하신 만큼, 대량 생산 과정에서 맛을 어떻게 유지할지 깊이 고민하셨을 텐데요.
무엇보다 가격대를 적정선에 맞추면서 맛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어요. 명장텐의 시그니처 빵 중 하나가 몽블랑 데니쉬인데요. 그 맛을 편의점 상품에서도 동일하게 구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끝까지 강조한 게 반드시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CU R&D팀과 엄청 여러 번 머리를 맞대고 조율한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명장텐에서 판매하는 몽블랑과 흡사한 상품을 만들 수 있었죠. 사이즈만 조금 작아졌어요. 빵 크기가 크면 유통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2월 1일에 출시되는 명장 몽블랑 데니쉬, 벌써 궁금한데요. 무엇이 특별할까요?
CU에서 출시하는 몽블랑은 최종 과정에서 살구시럽을 입혀요. 빵을 시럽에 듬뿍 적시는 과정을 두 번 거치고, 데니쉬 사이사이에 스며들도록 겉면에 살구시럽을 바르는 작업을 또 두 번 합니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빵이지만, 씹을수록 살구향이 은은하게 입에 퍼진답니다. 부디 맛을 음미하며 드셔주시면 좋겠습니다.

몽블랑 데니쉬에 버터가 들어가는데요. 요 버터가 참 요물입니다. 늘 부드러워야 하는데 조금만 차가우면 굳어버려요. 대신 조금 따뜻하면 바로 말랑하게 녹죠. 그러니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에 살짝만 데워 드시면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참, 손님들 말에 따르면 우리 몽블랑 데니쉬는 아메리카노나 홍차랑 잘 어울린다고들 하세요. 조금 데워서 달지 않은 차와 함께 드시면 아주 맛있을 거예요.
저는 10대 때부터 빵을 만들었는데 아직도 빵을 좋아해요. 먹기도 많이 먹죠. (웃음) 그런데 여전히 먹을 때마다 맛있고 행복해요. 어릴 때야 배고프고 먹을 게 없어서 그랬다지만, 참 이상도 하죠. 저는 빵이 그렇게 좋아요. 부드럽고 따뜻한 몽블랑 데니쉬를 결 따라 찢어서 커피와 함께 맛보면… ‘아, 행복이 별 건가’ 싶어진답니다. (웃음) 이 별 것 아닌 행복을 정말이지 모두와 나누고 싶네요. CU 명장 빵 많이 사랑해주세요.
